특기가 되는 경우와 독이 되는 경우
사투리를 쓸 줄 안다는 건 배우에게 분명한 무기다. 표준어만 되는 지원자보다 쓸 수 있는 배역의 폭이 넓고, 현장에서 사투리 배역을 찾을 때 우선순위에 오른다. 문제는 입시장이다. 사투리 독백은 잘하면 확실히 기억에 남지만, 어설프면 다른 어떤 대본보다 빨리 티가 난다. 심사자가 그 지역 사람이면 첫 문장에서 끝난다.
먼저 구조를 알아둘 필요가 있다. 사투리 독백은 대부분 자유연기의 영역이다. 각 학교가 정한 지정희곡은 번역 고전과 한국 현대극이 중심이라, 사투리를 쓸 자리가 거의 없다. 예외가 있다면 작품 자체에 사투리가 들어 있는 경우다. 세종대학교가 지정희곡으로 올린 유치진의 소가 그렇다. 말똥이는 농민의 울분을 사투리로 쏟아내는 인물이라, 지정희곡을 준비하면서 사투리 화술까지 함께 훈련할 수 있는 드문 경우다. 학교별 지정 목록은 해마다 바뀌니 세종대 페이지와 지정희곡 총정리에서 당해 요강을 먼저 확인하는 편이 안전하다.
ACT RAW에 정리된 사투리 대본 가운데 입시와 오디션에서 쓸 만한 것들을 지역별로 추렸다.
| 지역 | 작품 · 배역 | 장면의 결 |
|---|---|---|
| 경상도 | 카운트 · 최윤우(남) / 조각도시 · 검사(남) | 비꼼과 절박함 / 존댓말 속의 압박 |
| 전라도 | 만선 · 곰치(남) / 뻘 · 홍자(여) | 바다 사나이의 집념 / 갈매기의 니나를 옮겨온 인물 |
| 충청도 | 환혼 · 무덕이(여) | 느린 박자로 밀고 당기는 선 긋기 |
| 제주 | 폭싹 속았수다 · 오애순(여) | 악쓰다 울음으로 무너지는 낙차 |
| 북한말 | 동창생 · 리혜인(여) | 씩씩함으로 감춘 슬픔 |
여자 지원자라면 차범석의 산불 사월이도 후보다. 욕망을 부끄러워하지 않는 인물이라 사투리의 억센 결과 잘 맞고, 한국 사실주의 대표작이라 작품 분석의 근거도 충분하다. 코믹 쪽을 원하면 김치국 씨 환장하다의 옆집 여자처럼 흉을 보면서 신이 나는 인물이 리듬 연습에 좋다.
첫째, 내 입에 이미 붙어 있는 사투리인지 본다. 고향이 그쪽이거나 가족이 쓰는 말이면 시작이 다르다. 영상을 보고 두 주 만에 만든 억양은 입시장의 긴장 속에서 반드시 무너진다. 문장 끝에서 표준어로 돌아가는 순간 심사자는 그걸 듣는다.
둘째, 사투리를 빼도 남는 것이 있는지 확인한다. 억양이 재미의 전부인 대사는 위험하다. 인물의 목적과 감정선이 분명해서 표준어로 읽어도 장면이 서는 대본이라야, 사투리가 얹혀서 매력이 된다. 카운트의 최윤우가 그런 경우다. 다시 희망을 갖게 만든 사람에게 등을 돌리는 장면이라 사투리를 걷어내도 뼈대가 남는다.
셋째, 표준어 대본을 하나 더 준비한다. 사투리 하나만 들고 가면 심사자는 이 지원자가 표준어를 구사할 수 있는지 알 수 없다. 사투리 독백으로 인상을 남기고 질의응답과 다른 대본에서 표준어를 정확히 쓰면, 둘 다 된다는 사실이 그 자리에서 증명된다. 대본을 두 개 이상 준비하는 요령은 독백 고르는 법에 정리해두었다.
아역 오디션에서는 사투리가 더 자주 요구된다. 이번에 꼭지의 송꼭지(경상도, 9세), 애정만세의 남다름(충청도, 6세), 순금의 땅의 어린 순금(전라도, 11세) 같은 대사를 전문과 함께 새로 올렸다. 아이 대사에서 흔한 실수는 사투리를 흉내 내는 데 힘을 다 쓰는 것이다. 송꼭지는 엄마마저 떠나려는 상황에서 담담하게 작년 일을 꺼내는 장면인데, 억양에 집중하면 그 담담함이 사라진다. 사투리는 아이가 원래 쓰는 말이고, 연기해야 할 것은 그 아래의 두려움이다.
사투리 대본은 잘 고르면 경쟁자와 겹치지 않는다는 이점이 크다. 전체 독백 라이브러리에서 지역과 성별, 장면의 결로 검색해 자신에게 맞는 대본을 찾아보길 권한다. 새로 올라오는 독백과 지정희곡 소식은 사이트에서 이메일로 받아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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