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 드릴 말씀이 있어요. 더 이상 견딜 수가 없어요.
여독 때문에 피곤하다고 제가 불평하는 소리 들으셨어요?
여행 때문이 아니에요. 그런 단순한 피로가 아니라... 어머니, 진정하시고 들으세요. 그냥 아픈 게 아니에요.
보통 아프다는 그런 게 아니니까요.
(두 손으로 머리를 감싼다) 어머니, 제 정신이 파괴되어 가고 있어요... 망가져 버렸어요. 다시는 일을 할 수 없는 시체예요.
다시는 일을 못한다니까요! 다시는! 살아 있는 시체예요.
이보다 더 무서운 일이 어디 있어요?
네, 저로서도 도무지 이해할 수 없는 것이 바로 그거예요.
저는 한 번도 방탕한 생활을 해 본 적이 없어요. 어떤 면에서도.
어머니도 저를 그렇게 생각하시면 안 돼요. 그런 짓은 절대로 안 했으니까요.
그런데도 이런 일이 제게 생겼어요! 이런 무서운 일이 나를 앗아가다니.
(우울하게) 지난번 제가 집에 왔다가 파리로 돌아간 직후예요. 두통이 무섭게 심했어요.
대개는 뒷골이 아팠어요. 마치 목에서부터 쇠바퀴로 죄어 매는 것 같았어요.
일을 더 이상 할 수가 없었어요. 저는 새로 큰 작품을 시작하려고 했는데 붓을 놀릴 수도 생각을 정리할 수도 없었고 정신이 왔다 갔다 하면서... 모든 것이 빙빙 돌았어요... 아, 정말 무서웠어요. 드디어 의사를 불렀죠.
그리고 의사한테 진실을 알게 되었어요. 그분은 제게 많은 질문을 했는데 증세와는 관계도 없는 질문들로 보였는데... 드디어 그는, 선천적으로 벌레에 먹혔다는 병이군요.
아, 그분은 정확하게 말해서 날 때부터 벌레에 먹혔다는 표현을 썼어요.
그 냉소적인 늙은 의사가 뭐랬는지 아세요. (주먹을 쥔다) 오오!
아버지의 죄가 아들에게 돌아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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