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한 일이다. 한낱 농부의 딸을, 이름조차 미천한 처녀를 두고 내 마음이 이렇게 요동칠 줄이야. (사이) 그 도도한 눈빛. 나를 거들떠보지도 않던 그 서늘한 얼굴이 밤마다 잠을 앗아간다. 귀족의 피가 흐르는 이 몸이 흙 묻은 손의 처녀 앞에서 안달이 나다니, 우습지 않은가. 그러나 웃어넘길 수가 없어. (스스로를 다그치며) 원한다면 나는 가질 수 있다. 청이 통하지 않으면 다른 방법으로라도. 군인에게 마을은 잠시 머무는 숙영지일 뿐, 내일이면 나팔 소리와 함께 떠날 몸. 그 하룻밤의 값을 누가 묻겠는가. 그래, 오늘 밤이다. 저 문 안으로 들어가 그 자존심을 기어이 꺾어놓겠어. 사랑이든 정복이든, 이름은 아무래도 좋다. 내가 원하니, 그것으로 충분하다.
이 작품은 저작권 보호기간이 만료된 퍼블릭 도메인입니다. 자유롭게 연습·공연에 사용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