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기 포인트 — 냉소와 절망 사이의 공허함, 술기운에 흐트러지는 자기혐오를 무겁게 끌고 가라
독백 전문
(침울하게) 다들 귀신이나 잡아가라지, 다 뒈져 버려. 사람들은 내가 의사라서 무슨 병이든 다 고칠 거라고 생각하지. 그런데 난 아는 게 하나도 없어. 알던 것도 전부 잊어버렸어. 아무것도 모르겠어, 정말 아무것도. 지난주 수요일에 자시피에서 여자 하나가 죽었어. 그녀가 죽은 건 내 책임이야. 그래, 이십오 년 전에는 그래도 좀 아는 게 있었지만, 지금은 아무것도 모르겠어. 머리는 텅 비고, 가슴은 차갑게 식어 버렸어. 어쩌면 나는 인간이 아니라, 그저 팔다리가 있고 머리통이 있으니 인간인 척하고 있는 건지도 몰라. 어쩌면 나는 아예 존재하지 않는 건지도 모르지. 그냥 걸어 다니고, 먹고, 잠들기 때문에 존재한다고 착각하는 것뿐일지도. (운다) 오, 차라리 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좋겠어. (울음을 멈추고 침울하게) 알 게 뭐냐. 며칠 전 클럽에서 사람들이 셰익스피어니 볼테르니 들먹이며 떠들더군. 난 하나도 안 읽었어. 그러면서도 마치 다 읽은 것 같은 표정을 지었지. 다른 사람들도 나랑 똑같았어. 천박해. 그러다가 수요일에 내가 죽인 그 여자가 생각난 거야. 모든 게 떠오르면서 속이 뒤틀리고, 더럽고, 역겨워서, 그래서 나갔지, 마셨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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